"살인 사건이란 게 암세포와 같아서 일단 생겼다 하면 그 고통이 주위로 번진단 말이지.
범인이 잡히든 수사가 종결되든, 그 고통에 의한 침식을 막기가 어려워."
밀리의 서재 책 추천 - 기린의 날개 리뷰
*스포일러 없습니다*
밤 9시가 되어 갈 무렵, 휘청거리듯 걸어가던 남자가 니혼바시 다리 중간에 있는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진다. 이를 지켜보던 순경이 다가가는데 남자는 피투성이로 가슴에 칼이 꽂혀 있다. 사건 현장은 근처 지하도로, 현장에서 그의 지갑과 가방을 들고 도망가던 남자는 트럭에 치여 의식 불명 상태가 된다.
어떡하지? 나, 일을 저질렀어.
용의자의 이름은 야시마 후유키. 피해자인 아오야기 다케아키가 일하던 회사에서 계약직 현장 근로자로 일하다가 6개월 전 사고로 다친 후 회사로부터 산재 처리도 받지 못 한 채 해고당했다.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지는 법이거든요."
수사는 부당해고를 당한 후 불만을 품은 후유키가 복수하기 위해 다케아키를 죽인 것으로 끝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건에 의문을 가진 두 형사, 가가 교이치로와 마쓰미야 슈헤이가 끈질기게 파헤치기 시작하고, 숨겨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기린의 날개를 읽기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먼저 읽었는데,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다. 사건을 숨기려는 천재 수학자와 파헤치려는 천재 물리학자의 쫀쫀한 긴장감, 식스센스급 반전, 먹먹한 감동, 긴 여운까지... 그래서인가 기린의 날개는 그만큼 재밌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보다 사회적 문제들을 이야기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건 아닐까 생각했다. 용의자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수사하는 경찰들, 계약직 현장 노동자들의 위험한 근로 환경, 회사의 산재 은폐, 그리고 이 모든 건 어릴 때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는 방식으로 가르쳤던 어른의 탓이라는 결말.
기린의 날개는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는 조금 덜 하지만 다 읽은 후에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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